聽松 고형곤 선생 學碑銘

선생은 1906년 英名한 자질을 갖고 세상에 태어나시어 1933년 京城帝國大學을 마치시고 1938년 연희전문학교 교수로 취임하셨다. 1947년 국립 서울대학교 文理科大學 교수로 옮기셨으며, 1954년 韓國哲學會를 창립하시어 초대와 제3대 회장을 맡아 우리 나라 철학연구의 기초를 다지셨다. 1959년 국립 전북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되셨다. 제6대(1963-67) 대한민국 國會議員을 역임하셨으나 은퇴 이후로는 학문연구와 저술에만 전념하셨다. 선생은 1954년 대한민국 學術院 창립 이래 별세하실 때까지 줄곧 그 정회원과 원로회원을 역임하셨다.

선생의 철학연구는 서양철학으로 시작하였으나 해방이후 거기에 禪佛敎를 접목시켰다. 선생은 삶을 현세에 대한 절대적 긍정으로 이해하여 인생과 자연을 다음과 같이 일치시켰다.

喜悲의 韻律이 없었던들 대기는 얼어붙고, 희비의 색채가 없었던들 공간은 암흑에 잠겨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천지의 명암은 인생희비의 協奏曲이다. 그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이며, 그 얼마나 기쁜 인생인가, 千載一遇의 인연으로 맺어졌기에 인생은 이처럼 아름다운 것일까.

선생의 철학은 절대 현재론으로 요약된다. 진정한 시간은 존재가 현전하는 現在만이다. 그런 현재를 선생은 곧잘 蓮잎에 구르는 이슬방울에 비유하셨다. 선생은 그렇게 맑고 깨끗하고 자유롭게 白壽를 향유하시다가 2004년 6월에 他界하셨다.

훤칠한 키 수려한 용모 뛰어난 총명에 넘치시는 情

과 風流로 한 세상을 즐기셨고 솔직 담백하게 벗과 제자들을 포용하셨네. 겨레 사랑 나라 걱정 진솔하게 하셨고 思想의 東西架橋로 철학의 새 길을 열어 보이시며 슬하에 훌륭한 자손을 두셨으니 또한 큰 복이시네.

2005년 6월 25일
문하생 일동의 이름으로 蘇光熙 지음